SBI人에게 학창시절 추억을 묻습니다

그 시절, 추억의 물건을 알려주세요!


‘라떼는 말이야’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새학기가 되면 연필, 필통부터 시작해 책가방, 신발주머니까지 깔맞춤 해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머리가 조금 굵어진 이후에는 신상 디지털 기기를 장만해 한껏 자랑하고픈 욕심도 생겼죠.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닌 것도 친구들이 갖고 있으면 괜히 하나 장만하고 싶은 마음. 이런 기분은 새 학기든 그렇지 않든, 시기와 전혀 상관없이 늘 일어납니다. SBI人들은 어떠셨나요? 


학창 시절 갖고 싶던 물건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가 있나요? 당신의 추억이 궁금합니다. 






추억할 거리가 많은 이유

어렸을 적 경험은 삶에 짙은 자국을 남깁니다. 비슷한 일을 겪더라도 나이에 따라 가슴에 새겨지는 음각의 강도가 달라지기 마련이죠. 특히 소년, 소녀에서 청년까지, 십 대 자락에 마주했던 소소한 경험들은 몇 년이 지난 이후에도 생생하게 우리 몸과 마음속에 자리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과 이야기하며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들의 별명을 천연덕스럽게 부를 수 있는 것도 그 까닭입니다. 이들에겐 아주 작은 사건도 커다란 웃음을 주는 스펙터클한 이야기로 변신하는데 이건 아마도 치기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기억 덕분일 겁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다 잊어버린 줄 알았지만,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때 유행하던 노래가 흘러나오면 어느새 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어렸을 적 아버지가 즐겼을 법한 다소 촌스러운 디자인의 맥주를 굳이 선택하는 것도 바로 추억이 가진 힘입니다. 


사실 이런 경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불안한 시대 속, 어린 시절 기억을 통해 안정감을 찾으려는 심리에서 비롯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같은 거창한 의미는 필요 없을 지도 몰라요. 오래전 과거를 돌아보며 추억에 젖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자랐고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무엇보다 어른들도 가끔은 놀이가 필요합니다. 학용품이든 장난감이든 옛 아이템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는 것도 어른들에겐 꿀처럼 달콤한 시간, 걱정 근심 털어낸 홀가분한 마음으로 학창 시절 추억 여행 한번 떠나보겠습니다.


신지용  채널개발팀


대부분의 대학생이 삐삐를 들고 다니던 1990년대 후반, 공중전화 부스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곤 했습니다. 다름 아닌 삐삐 메시지 확인을 위해서였죠. 휴대전화가 대중화되기 전 무선호출기 삐삐가 대박을 터트렸는데, 문제는 음성 메시지를 확인할 방법이 공중전화밖에 없었던 겁니다. 무전기를 닮은 무거운 휴대전화도 있었지만 가격이 후덜덜하여 대학생들은 꿈도 꾸지 못한 아이템이었죠. 그때 나타난 게 바로 시티폰. 


네, 맞습니다. ‘응답하라 1994’에서도 등장한 그 시티폰 말입니다. 시티폰은 수신은 되지 않지만, 전화를 걸 수 있는 폰으로 전화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메시지를 확인하는 번거로운 과정에 혁신을 가져온 발명품이었습니다. 


공중전화 근처가 아니면 통화 품질이 완전 최악! 그런데도 얼마나 이 시티폰이 갖고 싶었던지. 이어 출시된 PCS 휴대전화로 서비스가 오래가진 않았지만, 시티폰은 그때 그 시절 저의 꿀템이었습니다. 


민경모 심사기획팀


학창 시절 엄청나게 애장하고 싶었던 물건을 꼽으라면 단연 노스페이스 패딩입니다. 

등산 가는 것도 아닌데 등굣길에는 산악인 포스를 뽐내며 아웃도어 브랜드 패딩을 입은 학생들로 가득했습니다. 유독, 이 브랜드 제품이 중, 고등학생들에게 어필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맵시가 나는 디자인도 아니고 가격도 꽤 비쌌는데 말이죠. 친구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교복과 같은 미친 존재감으로, 패딩을 입지 않으면 왠지 무리에서 벗어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희귀한 아이템이었습니다.

  

당시 나름 효자(?)였던 저는 부모님께 옷을 사달라는 말은 차마 못 하고 몰래 야간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습니다. 그 돈으로 그토록 갖고 싶었던 노스페이스 패딩을 손에 넣고 말았죠. 아~ 그때 그 기분이란. 부모님께 좋은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제가 스스로 번 돈으로 옷을 사 입으니 학교 가는 길이 굉장히 상쾌하더군요. 


유행은 돌고 도는 법. 가끔 어린 친구들이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고 다니는 것만 봐도 오래전 제가 많이 생각납니다. 노스페이스 패딩이야말로 학창 시절 소환 아이템인 셈입니다. 


신동주  광주지점


좀 유치하긴 하지만 아직도 제 기억에 남아 있는 학창 시절 로망은 바로 건담 로봇.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그냥 로봇 아니고요, 8단 변신 로봇입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 알록달록 비행기에서 거대한 총으로 변신했다가 다시 로봇으로 바뀌는 건담 장난감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때의 충격이란! 진짜 너무 멋져 보여서 바로 손에 넣고 싶었죠.


애석하게도 산촌 골짜기에 살던 소년에게 이 로봇은 말 그대로 가질 수 없는 너. 간절한 마음에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 전교 1등을 하면 로봇을 사달라고 부모님과 딜을 했습니다. 이후 밤낮없이 열심히 공부했죠. 


그래서 전교 1등을 했냐고요? 아쉽게도 아닙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본 부모님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그토록 바라던 8단 변신 건담 로봇을 사 주셨어요. 어린 나이에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깨닫는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고백하자면, 지금은 플레이스테이션 5를 사고 싶지만, 와이프 눈치를 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크리스마스 선물로 플스 5를 바라는 건 너무 나간 거겠죠? 


김유미  포항지점


기억나는 꿀템은 두 가지입니다. 

초등학생 때는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으로 장식한 수제 필통이 최애 아이템이었습니다. 어쩌면 이건 학창 시절 보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이야 클릭 몇 번만으로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찾을 수 있지만, 제가 초등학생 때만 해도 잡지에 나온 사진을 오리는 게 유일무이한 방법이었거든요. 오려낸 연예인 사진을 가지고 친구들과 물물교환하기도 하고, 그 사진으로 꾸민 필통을 두고 ‘누가누가 잘 만들었나’를 경쟁하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니 다 추억~


고등학교 때는 아이리버 MP3가 갖고 싶었어요. 핸드폰을 갖고 있긴 했지만, 용량이 적어 노래가 많이 안 들어간다는 게 문제였죠. 야자 시간, 핸드폰에 저장된 몇 곡 되지 않은 노래를 무한 반복 재생하며 대용량 MP3가 어찌나 부럽던지.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면 노래는 물론 영상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지만, 이어폰 하나 딸랑 들고 다니며 친한 친구에게 MP3를 동냥하던 그 시절도 때때로 그립습니다. MP3 공유하던 친구들아, 다들 잘 지내고 있지?


박은성  HR지원팀


초등학교 시절, 소위 잘 사는 집 아이들만 가지고 있었던 게임보이가 기억나네요. 

게임보이는 카트리지만 교체하면 여러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최첨단 아이템이었습니다. 퍼즐 게임의 고전인 테트리스부터 슈퍼 마리오, 그리고 포켓몬까지. 정말 갖고 싶었지만 결국 가져 본 적은 없고요, 친구들에게 빌려 함께 논 기억만 가득합니다. 친구 옆에서 “나 한 번만, 나 한 번만!” 하던 장면이 생생하네요. 지금 보면 조악한 그래픽에 조작 방법도 단순하지만 어린 제 눈에는 신세계나 다름없었습니다. 


요즘 포켓몬 스티커가 유행하면서 포켓몬 빵을 구하기 위해 편의점 투어를 다니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저는 포켓몬 하면 게임보이로 포켓몬 게임을 했던 게 먼저 떠오릅니다. 30대가 된 지금도 닌텐도 스위치를 내돈내산으로 재미있게 즐기고 있으니… 제 취향은 변하지 않았나 봅니다. 


알아보니 요즘도 중고장터를 통해 게임보이를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궁금한 분들은 찾아보시길. 이거야말로 찐 레트로 아이템, 추억 돋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