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공간 Metaverse의 기회

SF영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는 2018년 <레디플레이어원>이란 영화에서 메타버스가 대중화된 2045년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영화 속 먼 미래의 얘기는 불과 3년 후, 하나 둘 ‘오늘의 일상’이 되고 있다. 이렇게 메타버스가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서울시 3D 가상회의 플랫폼 ‘Virtual Seoul’


우리는 이미 초기 메타버스와 아바타를 경험한 바 있다. 바로 '싸이월드'란 가상세계와 아바타 ‘미니미’다. 싸이월드 사용자들은 각자 도메인에 방이나 캠퍼스 잔디밭 같은 생활 공간을 만들고 자신의 분신인 미니미를 통해 다른 사용자들과 1촌을 맺고 소통했다. 도토리라는 사이버 머니로 취향껏 벽지, 가구 같은 소품을 사들여 자신의 공간을 꾸미고 미니미 머리 스타일과 패션을 관리했다.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미니미들이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우리에게 메타버스란 어쩌면 익숙한 공간일 수도 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1992년 미국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사이버 공간에 만들어진 메타버스에서 사용자들은 아바타(Avatar)를 통해 활동한다. 아바타는 자신의 분신처럼 사용되는 가상 자아 그래픽 아이콘을 뜻한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가공·추상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가리키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와 아바타가 일찍이 구현된 분야는 게임이다. CG기술의 진화와 빨라진 통신 속도가 고도로 정밀해진 게임 속 가상·증강·혼합현실과 아바타를 탄생시켰다. 특히 포켓몬고라는 증강현실(AR) 게임이 출시되면서 대중은 본격적으로 현실과 가상공간의 경계가 흐려진 새로운 세계를 체험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메타버스 
무엇이든 현실에서 가상으로 이동한다

게임 속 가상현실이 봇물 터지듯 현실 세계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다.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의 발을 묶어버리자 UC 버클리대학은 ‘마인크래프트’에 마련한 식장에서 졸업식을 치렀다. 비대면, 온라인을 대안으로 이용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순천향대학교가 가상공간에서 입학식을 가졌다. 사이버 공간에 메타버스를 조성해 현실 세계를 재현하는 창의적인 시도가 우후죽순 등장해 메타버스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도 비대면 업무 시스템 확대를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추세다. 부동산 정보 앱 직방은 가상 오피스 시스템 ‘개더타운’을 활용하면서 오프라인 사옥을 아예 없애 버렸다. 부동산 회사가 부동산이 없는 셈이다. 

가상 오피스에서 아바타를 활용해 회의와 협업을 하는 회사가 늘면서 직장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일상 회의조차 화상으로 가능해지니, 100%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직장인 A씨는 ‘제주에서 1주일 살기’를 실행에 옮겼다. 근무처가 어디인지는 이제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일뿐만이 아니다. 언택트 시대는 MZ세대가 ‘노는 물’도 바꿔놨다.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제트에서 전세계로 서비스 중인 3D 아바타 앱 제페토의 경우 가입자 수가 2억 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 중 10대 비중이 80%에 달한다. 이를 의식한 듯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메타버스 시장에 공격적으로 입성 중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의 팬 사인회를 제페토에서 열었다. 이에 무려 4,600만 명이나 되는 팬들이 몰렸다. SM엔터테인먼트는 신인 걸그룹 에스파를 실제 인물 네 명과 아바타 네 명으로 구성했다. 각각 현실 세계와 가상세계에서 활동하게 한다는 전략이다.


 영화 레디플레이어원 장면(워너 브라더스)

게임 ‘마인크래프트’에서 졸업식을 치룬 UC버클리대학교 / 메타버스 제페토를 이용한 네이버 사옥투어



메타버스 렌즈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자

엔비디아·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과 경영자들이 ‘메타버스 시대가 왔다’고 언급한 만큼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못해 용광로 같다. 마케팅 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메타버스 시장규모가 오는 2025년 2800억 달러(약 315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타버스 플랫폼과 관련 콘텐츠가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한 계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있다. 그러나 포화 상태인 현실 속 비즈니스 한계를 뛰어넘는 매출 가능성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메타버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가상세계에서도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물론 물리적 공간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이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서는 가능한 ‘판타지 기능’도 역할을 한다. 


이제 메타버스는 대세이며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현상이다. 여기에 더해 10대 사용자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쏠리면서 엔터테인먼트·게임·유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최신 트렌드로 인식하고 있다. 일례로 명품 브랜드 구찌는 제페토에서 런웨이를 열었다. 크고 작은 다양한 상점들 또한 제페토에 입점해 자사 브랜드 체험 기회를 제공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페토 내 가상공간에서 판매하는 가방이 400만 원에 팔린 사례가 있다고 한다. 


이처럼 메타버스가 창출하는 경제·사회·문화적 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소비가가 먼저 움직이고 있다. 메타버스의 기회를 일찍 발견하는 기업들이 미래를 선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