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전하는 귀한 선물, 제철음식

제철음식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자연은 각 계절마다 곡물, 과일, 채소, 생선 등 인간을 위한 다양한 식재료를 선사합니다.
이런 식재료로 만든 게 바로 제철 음식, 여러분은 제철 음식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자연의 정기를 담다

약 18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먹방 유튜버 ‘입 짧은 햇님’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철 음식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밝혔습니다. “우리 삶이 제철 음식을 언제까지 허락할지 모른다.” 유머가 섞인 발언이긴 하지만, 이 말은 사계절을 겪으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대해 돌아보게 합니다.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철마다 다른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봄에는 봄 내음이 가득한 미나리와 곤드레, 겨울 바다를 이겨낸 햇미역과 산란기를 앞두고 알이 꽉 찬 주꾸미를 즐기고, 여름에는 입안에 넣으면 톡 터지는 자두와 부드럽고 찰진 옥수수,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더위를 이겨냅니다. 


가을은 여러 농작물을 수확하는 풍요로운 시기, 쌀을 시작으로 사과, 배, 포도, 감, 무화과 같은 과일과 대추, 밤, 잣, 은행 등의 열매를 먹습니다. 가을 전어와 대하도 정말 유명하죠. 겨울에는 산란기를 맞은 대구가 가장 담백하고, 늦겨울 대게는 살이 가득 올라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그리고 다시 봄으로 이어지는 사계절은 우리에게 축복과 같은 제철 음식을 만끽하게 합니다.

  

제철 음식은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는 역할도 합니다. 햇나물로 만든 봄철 음식은 겨울 동안 부족했던 비타민을 채우고, 여름철 전복은 더위에 지친 체력을 회복시켜 줍니다. 가을에 수확하는 다양한 견과류는 풍부한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죠.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기름이 한창 오른 삼치는 지방이 풍부해 추위를 이기는 데 효과적입니다. 우리가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사과와 대추, 가을의 달콤함에 빠지다 

바야흐로 가을, 사과는 계절과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과일이지만 제철은 단연코 가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 유통되는 사과 품종의 70%가량은 일본에서 개발된 후지 계열 즉 부사입니다. 부사는 생산량도 많고 저장도도 높아 연중 공급됩니다. 10월 하순에 수확한 부사를 저온창고에 보관할 경우 이듬해 6,7월까지 버틴다고 하는데, 오래 보관한 과일은 당연히 맛이 떨어집니다. 이 때문에 부사는 퍽퍽하고 텁텁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죠. 


그러나 가을 무렵 수확한 부사는 전혀 다른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사과는 일교차가 심할수록 당도가 높고 단단한데 한 낮에는 뜨거운 햇빛을 맞고 새벽녘에 찬 서리를 맞은 사과는 진한 단맛을 자랑합니다. 꿀사과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닙니다.


사과는 아니지만 사과와 비슷한 맛을 내는 가을 과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대추. 대추가 과일이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대추도 나무에서 자라는 열매입니다. 쉽게 무르고 상해 생으로 먹기 보다는 건대추로 즐기다 보니 과일이라 인식하지 못할 뿐이죠.

  

대추는 9월 말에 익기 시작해 10월이면 절정에 이르고, 잘 익은 생대추는 놀랄 만큼 단맛을 냅니다. 생대추를 즐기기 위해서는 여러 수고를 거쳐야 합니다. 건대추의 경우 나무 아래에 멍석을 깔아 장대로 털어내면 되지만 생대추는 껍질에 손상을 입히지 않도록 하나씩 일일이 수확해야 합니다. 정성스레 수확하는 복숭아나 포도와 비슷한 대접을 받으니 대추도 가을 과일이 확실합니다.



전어와 대하, 가을의 전설이 되다 

속담에도 등장하는 전어와 대하도 가을의 주인공입니다. 가을이 되면 왠지 꼭 먹어야 할 것 같은 음식이죠. 수산물의 경우 대체적으로 산란기가 가장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전어는 그 반대입니다. 


전어는 청어과의 난류성 물고기로 겨울에 남쪽 바다로 내려갔다가 4월 즈음 연안으로 이동해 7월에 알을 낳습니다. 이때 전어는 살이 푸석하고 비린내도 심합니다. 8월 이후 전어는 겨울 준비를 하면서 살이 오르고 지방도 풍부해지기 시작하는데, 전어가 바다로 나가기 직전인 9월과 10월이 최강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는 시기입니다. 




반면 가을 대하는 산란기인 9월에서 11월까지가 가장 맛있습니다. 4월과 5월, 알에서 깬 대하는 연안에서 왕성한 먹이 활동을 하며 10월에 수컷은 12-13cm, 암컷은 16-18cm까지 자랍니다. 대하는 알을 품기 위해 난소를 발달시키는 암컷보다는 수컷이 맛이 좋으며 10월 말이 되면 대하의 몸집이 최대로 커집니다. 대하가 가장 살이 오른 시기, 가을 대하는 쫄깃한 식감에 달고 감칠맛이 납니다.



리틀 포레스트, 음식으로 삶을 위로하다  

모든 식재료가 나고 자라는 곳은 바로 흙과 숲, 강과 바다입니다. 또한 계절도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계절에 따른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고향 마을로 내려가 자신이 직접 수확한 채소나 산에서 채집한 산나물과 열매를 손질해 음식을 만들죠. 음식 안에는 흙과 바람과 햇빛과 물, 자연이 키워낸 소중한 결실이 숨어 있습니다.    


‘리틀 포레스트’는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쓴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일본 영화가 먼저 개봉하고 이후 한국 버전으로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디테일한 분위기는 조금 다르지만 두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자연의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는 것. 클릭 하나면 온갖 식재료가 집 앞으로 배달되고, 밖에 나가면 여러 종류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세상은 빠르고 편리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자연 그대로의 것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기다릴 줄 알아야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영화 속 이 대사는 요리하는 데 드는 시간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자연에서 나고 자란 수많은 날들,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지나야 비로소 맛볼 수 있는 제철 음식에 대한 작은 헌사입니다. 


▲ 영화 '리틀 포레스트'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