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스튜디오에 아름다운 모녀가 등장했다. 평소에 동기들의 결혼식 축가를 전담할 만큼 실력파로 알려진 ‘서한솔 지점원’과 딸에게 본인의 노래 실력을 그대로 물려준 ‘그녀의 어머니’가 추억의 명곡으로 입을 맞췄다.
두 모녀가 부를 곡은 1994년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 ‘이 추운 겨울에 왜 가을 노래인가요?’라는 질문에 어머니는 ‘30년 전 딸아이 나이 즈음에 청춘의 위로를 받았던 각별한 노래’라고 답했다. 시대를 넘나드는 명곡을 함께 부른 모녀의 하루는 어땠을까?
글_ 명동지점 서한솔
※ 코로나19 '방역 가이드'를 준수하며, 참가자 외 접촉을 최소화 하는 등 안전하게 진행했습니다.
엄마에게 주고픈 선물
저는 평소에 노래 부르기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저와 가까운 분들이라면 제가 얼마나 노래를 좋아하는지 아실 겁니다. 그런데 이번 사내 이벤트를 보자마자 주변 동료들이 “서한솔 씨 한 번 신청해 봐!”라고 등 떠밀어 주셨습니다. 뻔뻔하게 나서기 쭈뼛거렸는데 ‘진심’ 고마웠습니다. 게다가 때마침 엄마 생신이 가까워 엄마랑 함께 노래한 음원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갑자기 꼭, 반드시, 절대로 ‘당첨’ 되어야겠다는 의지에 불타올랐습니다. 저에게 엄마와의 한목소리를 남길 기회이자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드는 엄마를 설득하는 건 너무 쉬웠습니다.
“엄마 좋아하는 노래가 뭐야? 내가 그거 배워보고 싶어서 그래~ 한 번만 하자? 응?”
아무것도 준비할 필요도 없고, 보컬 트레이닝도 받는 수업이라 가벼운 마음에 약속된 날 출발했습니다. 잘 아시는 노래라고 하시더니 차 안에서 자꾸 노래 틀어 달라고 하십니다. 집에서 녹음 스튜디오 도착할 때까지 1시간 반 동안 엄마는 ‘수십 번’ 듣고, 가사를 읊조리며, 창밖만을 쳐다보셨습니다. 표정에서 엄마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저까지 괜히 떨리기 시작합니다.
‘오늘 녹음은 끝까지 할 수 있을까?’
고음 불가에서 고음의 신으로
엄마랑 나를 정신 번쩍 들게 만드는 건 보컬 트레이닝 선생님의 하이톤 인사부터였습니다. 굉장히 유쾌하신 보컬 트레이너 선생님 덕분에 엄마는 조금씩 긴장을 풀고, 미소 짓는 얼굴을 보입니다. 엄마의 눈빛을 보고 제 마음은 더 빨리 포근해집니다. ‘그래, 무엇보다 엄마가 재밌어야지!’ 보컬 트레이닝을 통해 소리 내는 자세와 발음 등을 배웁니다.
스스로 고음 불가라고 하셨던 엄마는 점점 ‘고음의 신’으로 녹음실을 꽉 차게 만듭니다. 저도 질세라 화음도 넣고, 깨끗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합니다. 선생님이 굉장히 기분 좋은 말을 해주셨는데 “한솔 씨 가수 해볼 생각 없냐고?” 그 말에 엄마가 더 발그레합니다. 저도 부끄럽지만 속으로 굉장히 행복했습니다. 선생님이 엄마를 닮아 예쁜 목소리를 가졌다고 칭찬 세례를 해주실 때 노래를 녹음한다는 생각은 저 너머로 사라졌고, 엄마랑 나는 흐뭇한 눈빛을 마주쳤습니다.
청춘의 위로가 되었던 노래
엄마랑 함께 녹음한 곡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 중에 엄마가 가장 좋아하신다는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골랐습니다. “엄마? 겨울인데 가을 노래?” 엄마는 이 노래를 겨울에 처음 들었다고 합니다. 찾아보니 윤도현 씨가 1994년 12월에 발매했더라고요. 날이 많이 추워지니 따듯했던 가을도 그립고, 30년 전 즈음 엄마가 청춘일 때 위로가 되었던 노래라고 합니다. 드라마 OST로만 알던 노래를 엄마 이야기를 듣고 다시 들어보니 따뜻한 가사와 잔잔한 멜로디가 이 겨울을 포근하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항상 어떤 순간에도 내 편이 되어 주고, ‘네가 하는 그 선택이 맞다’고 늘 응원해주는 엄마의 사랑 덕분에 지금 이렇게 아무 탈 없이 잘 자랄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우리 가족 늘 행복했으면 좋겠고, 평생 사랑스럽고 씩씩한 딸이 될게요! 엄마 사랑해요!